휘발유 소비자 판매가격이 최고 ℓ당 1779원까지 오르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하지만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와 정유업계는 서로 네탓 공방만 벌이고 있어 소비자의 기름값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주유소협회는 12일 전국 주유소 석유제품 실거래가 동향을 파악한 결과 서울 여의도동의 A주유소가 휘발유를 ℓ당 1779원에 팔아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강남구의 B주유소는 1722원, 역삼역 인근의 C주유소는 1709원에 각각 거래됐다. 서초구 D주유소는 1653원, 중구 E주유소는 1663원에 판매했다. 협회 관계자는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휘발유를 1700원대에 파는 주유소들이 상당히 늘어났다”며 “국제원유 가격보다 국내 기름값 상승폭이 더 가파른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 불만이 쌓이자 정유업계는 높은 유류세를 기름값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지난 8일 열린 산업자원부와 정유업계 국내유가 간담회에서도 정유업계 대표들은 정부가 거두고 있는 유류세 전반의 인하를 요청했다. 정부가 손쉽게 세금을 거둬들이기 위해 유류세에 집착한다는 주장이다.

기름값에 붙는 세금은 휘발유의 경우 부가가치세(공장도가격에 교통세·주행세·교육세를 더한 금액의 10%), 교통세(ℓ당 526원), 지방주행세(ℓ당 139.39원), 교육세(ℓ당 78.90원) 4가지다. 지난달 기준 휘발유 1ℓ에 붙는 유류세는 879.39원이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5월 기준으로 유류세가 휘발유 소비자 판매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7.19%로 선진국보다 매우 높은 편”이라며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미국은 12.9%, 캐나다는 29.5%, 일본은 40.9%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유류세 수준이 높지 않다며 정유업계가 정제마진을 큰 폭으로 올린 데 책임을 돌리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휘발유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프랑스 67.3%, 영국 64.7%, 독일 63.1%, 이탈리아 62.9%였다. 비산유국은 대부분 60%대라는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11일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을 수입할 때 할당관세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유류세는 1.2% 올랐지만 정유업체들의 정제마진(세전 가격에서 원유 도입가격을 뺀 금액)은 59.0%나 늘었다는 자료를 공개하며 업계를 압박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과도하게 비싼 국내 기름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효과를 줄 수 있는 세금 인하와 함께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정욱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