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유게시판

총맞은 것처럼... ...

본색 2009.09.07 11:08 조회 수 : 393

     중학교때만해도 워낙에 악필이었던 나.....

     글씨를 이쁘게 쓰는 친구들이 부러워,

     칠판에 글씨를 멋드러지게 쓰시는 선생님들이 부러워,     
  
     수업시간에 필기하다 이쁘게 써지지 않는 글자는

     몇번이고 반복해서 연습했다.

     그렇게 글씨연습을 하니 6개월도 안되서 대략 3가지 정도의

     이쁜 글씨체를 무협지에 나오는 무공마냥 자유자제로 구사할수 있었다.

     고등학교때와 군대시절에는 연애편지 대필담당이었고,

     대학교 시절 전지&매직과는 아주 깊은 관계였으며

     레포트도 꼭 손으로 작성해서 OHP 용지에 복사를 해서 발표 했다.

     지금도 프로젝트기간이나 학생들에게 교육할땐 잘 정리된 파워포인트 자료보단

     보드마커를 들고 직접 그림을 그려가면서 하는데

     심후한 내공으로부터 뻗어나오는 빠르고 정확한 서체 3초식을 버티지 못하고

     모두들 감탄의 기운을 토해낸다. 

     그런던 어느날 친구가 보험설계사하는 후배한테 내 전화번호를 알려줬단다.

     워낙에 보험회사를 미덥게 생각치 않는 나였기에

     기다리면서 기분나쁘지 않게 거절하리라 생각했던 터였다.

     30분이나 기다렸다. 영업의 기본이 안된 보험아줌마에게는

     아무리 친구 후배라지만 예의따위 지킬.... 헉  

     "아름답다!"

     그냥 보통의 보험아줌마를 생각해온 나로선 잠시 멍했다.

     영웅본색이라 했던가....

     이전의 굳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내 난 나의 심오한 3초식을 보여주리라 마음을 먹었다.   

     알프스 최고봉의 기운까지 더한다면 제대로된 각인이 되리라...

     정장 속주머니에 꽂힌 만년필을 제차 확인한다.

     벌써 3번째인가....?

     그동안은 반시간 남짓한 만남이었지만

     오늘은 계약서를 작성하는 날이었기에 저녁식사도 겸한 만남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보험 계약이다.

     하지만 이것이 나에게서 영원히 빠져 나오지 못할

     이면계약이라는걸 그녀는 알까?

     '우무 우무 우무훼훼훼훼~~~'

     볼펜을 내미는 그녀를 외면하고 속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낸다.

     여기서부터는 그녀를 보지 않고 쓰기에 집중해야 한다.

     물끄러미 쳐다본다. 아니 그런느낌이다. 

     아니 그것 외에는 딱히 할것도 없을것이다.
 
     외통수...

     이윽고 나의 3초식을 받아내지 못하고 외마디 비명을 토해낸다...

     "글씨를 참 잘 쓰시네요. 글씨 이쁘게 쓰는 사람이 제 이상형이에요"

     지금이다. 분주히 놀리던 만년필을 잠시 멈추며 고개를 들고

     그녀의 얼굴 보며 눈웃음 곁들인 미소를 보내는 타이밍.
 
     "차가워 너무나 ♪ 냉면 냉면 냉면 ♬ "

     순간 내가 날린 살인미소는 그녀의 오른쪽 볼의 싸대기를 때렸고

     조그만 파우치 속의 핸드폰을 한참 동안이나 찾는다. 

     나가서 전화를 받고 온 그녀는

     죄송하다며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 봐야 한단다.

     '그럼 저녁은 ? 다음에 먹자는 얘기도 없네 ?'   

     급한 일이라기에 그냥 보내주기는 한다만

     내 오늘의 치욕은 언젠가 기필코 되갚아 주리라.

     참 쎈스없게 언제적 노래인지...

     카페에서는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 이 흘러 나온다.

     '총맞은 것처럼 정말  ♪ 가슴이 너무 아파  ♬ ~~ '

  
      난 오늘도 복수의 펜을 간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서버 복구 관련 공지 [13] 하트리우스 2016.09.09 999
공지 클라 공동구매 공지사항 [3] 하트리우스 2015.05.13 30187
공지 ==불법광고 및 음란광고 신고요령==(필독) [21] 집그리는사람 2011.12.27 75033
공지 [신입회원님들 필독하세요] 장터이용 제한을 두는 이유 [113] 집그리는사람 2011.04.12 64636
공지 중고로 라세티를 입양하시거나 입양을 원해서 가입하신 신규 회원님들 환영합니다. [9] 집그리는사람 2011.02.21 86245
23245 -(;ㅅ;)~내가 라프디를 고집하는 이유(라프vs토스카2.5 흡/배기)- [7] zard314 2009.09.08 429
23244 차를 몰고가는데 왠 봉고차가 날 들이 받았고.. [3] 풍우래기 2009.09.08 284
23243 회원님들은 어떤 제품을 많이 사용하시는지요.... [4] 오리온라셍이 2009.09.08 203
23242 -(~_~;)/~베두나(?)에 집착하는 광기어린 아이의 질주~!!!- [8] zard314 2009.09.08 367
23241 루프도색하신분 계신가요? [10] Burberry 2009.09.08 179
23240 VG 는 아직 안나왔죠? [3] 건봉이 2009.09.08 121
23239 네이버 중고나라.....이용시 [6] 노는아이 2009.09.07 234
23238 오늘 바디킷 사업소에 신청하고왔습니다! [6] 사상은둥이라셍 2009.09.07 232
23237 Q8 꽤 좋은데요.. [7] willy 2009.09.07 315
23236 이거 필요하신 분 계세요?( 네비 인대쉬용 거치대) [6] file 국영짱 2009.09.07 451
23235 결혼 전과 후..... ( 방향에 주의해서 읽으세욤... ) [14] [아가늑대] 2009.09.07 314
23234 '2010년 신차는?' IAA 2009 프리뷰 풍우래기 2009.09.07 233
23233 기아 신차 `VG` 디자인 전격 공개…"주인 알아본다" [1] 풍우래기 2009.09.07 310
» 총맞은 것처럼... ... [7] file 본색 2009.09.07 393
23231 결혼하는 동생에게 정장 선물 받았습니당... [17] 라돌프 2009.09.07 263
23230 장터의 길은 정말 멀고도 험하군요... [5] 김운이 2009.09.07 123
23229 HID유저분들 참고하세요~(인천지역) [4] 염장맨 2009.09.07 337
23228 라세티 2006년식 오토 1년 동안의 연비 측정 [8] file 2%부족할때 2009.09.06 450
23227 모두 안녕히주시세요^^ 노는아이 2009.09.06 65
23226 1.6차량과 언덕길 [17] 시즈모드 2009.09.06 49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