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차는 2005년식 라세티 해치백입니다.
그래도 국산차 치고는 상당히 희귀 모델이죠~ 해치백의 무덤인 우리나라에서 출시되어서 그렇지
제 개인적으로는 무척 예쁘다고 생각하는 모델입니다.
얼마나 희귀 모델인지 어느 쉐보레 딜러분(나이가 좀 있어보이시는 분이었습니다.)께서는
본인 영업생활 기간 딱 3대 팔았다고...ㅋㅋ

아마 보배횐님들도 못보신분들이 많을 듯하여 소개하자면...


요렇게 생긴 놈입죠...해외에서는 optra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1.6 DOHC E-TEC II 엔진에 아이신 자동 4단 미션이라고 하는데 뭐 잘 모르겠습니다.
출력은 제원상 109마력에 16토크라고 하지만
실제 휠마력을 보면 약 79~80정도 나오는 것 같더군요
최고시속 자동 175, 수동 180km로 나오고요
실제 176을 찍어봤으니 틀린말은 아닌것 같네요..

2010년도에 5만킬로 된놈을 업어와가지고 이제 14만 킬로 미터니까
그래도 꽤 많이 탔네요...

아 이야기가 딴데로 흘렀네요..

그런데 이 차가 10년 정도 지나니까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여기저기 골골거리기도 하고
근래 들어 조금 밟고 다니니(밟아봤자 176이 최고 였습니다만..ㅜㅜ)
고속도로 연비가 11 ~ 12km 정도 밖에 안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요즘 너무 연비를 신경쓰고 다니지 않았던 것 같아 마음 먹고
연비 모드로 달려봤습니다.

구간은 영천IC에서 동고령 IC까지 약 72km 되는 구간...
평지가 많고 이렇다할 고개길도 없기에 최대 연비 뽑아내긴에 최적의 코스입니다..ㅎㅎ

출발 전 일단 고속도로 진입전에 구름빵하나 먹어주고...왜냐면 연비모드기 때문에
엄청 졸릴 수 있기에 사전 졸음 방지 대책으로다...ㅎㅎ

연비 측정은 OBD2 단자에 WiFi로 아이폰에 접속
아이폰에서는 iOBD2라는 어플을 이용해서 크루즈 모드로 측정하였습니다.

자 이제 출발해 볼깝쇼~~^^
출발하자 마자 연비 19.4리터/100km
음..뭐 괜찮아..이제 출발인걸...
이 어플은 리터당 몇 킬로가 아니라 외국처럼 100킬로에 몇 리터..뭐 이런식으로 표시하더라고요..
그래서 매번 볼 때마다 다시 100으로 나눠줘야해서 연비측정할 때마다 지루하진 않더군요...ㅋㅋ
문제는 계산이 틀려서 문제지..ㅎㅎㅎ

영천IC에서 동대구 까지는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대로 나타납니다.
평소에는 차들이 꽤 빠른 속도로 다니는데 오늘은 퇴근시간이어서 차들이 꽤 많아
그다지 속도가 안나네요.. 연비모드로 움직이는 저로서는 다행입니다. 민폐를 덜 끼치니까..
일단 최대의 연비를 뽑아낼려면 엔진의 회전수는 에코구간(2000rpm어간)에 머무르도록 해야합니다.
물론 기어는 최대 기어인 4단에 올라가야겠지요...
아.... 최대한 주변 차량 속도에 맞추려고 하는데 자꾸만 자꾸만 뒤로갑니다.
민폐를 덜 끼치려면 3차선으로 가야하는데 트럭들 속도보다는 빠릅니다.
뒤통수가 자꾸 가렵지만 염치불구하고 2차선으로 갑니다. 속도는 77km...
다행히 주변 차량의 속도도 80~85 왔다갔다하네요..ㅎㅎㅎ
적당한 연비속도에 맞춰서 기름 수치도 점점 떨어집니다.
동대구 근처에 오니까 6.32리터/100km...ㅎㅎㅎ
가만있어보자 ...6으로 나누면 16.66이니까..한 16km/리터 되겠구나...앗싸...^^
10년된 중고차가 이정도면 준수하지..그럼..그럼...하고 좋아하는데
앗뿔사 금호 JC에서 부터 서대구 방향으로 빠지는데 엄청난 고갯길이 보입니다.
하..평소에는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던 고갯길이...그냥 에베레스트 산처럼 느껴지네요...
급격히 치솟는 기름수치...안돼!! 조금만 참아다오...조금만 참으면 저 고지를 넘길 수있다.
얼마 남지 않았어!
저의 바램과는 달리 라세티는 기어를 한 단 낮추면서 rpm을 급격히 올립니다. 부아아앙~
안돼~~~ 살살살...악셀을 살살밟아야하나?? 아니면 빨리 4단으로 전환하고
안정된 rpm을 유지해야하나?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했는데 오늘 저는 갈대보다 더한 갈등을 경험합니다...

떨어지는 속도와 치솟는 기름수치 사이에서 절규와 절망을 수십회 경험하고
머리가 하얘짐과 동시에 거의 기절할려는 찰라
갑자기 4단으로 바뀌며 rpm이 1800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휴...결국 고지에 올랐던 겁니다. 해냈다..이젠 집까지 평지다..가자!

라고 하는 순간...퇴각했던 북한군이 반돌격을 해오듯 또 다른 고갯길이 눈에 보입니다.
창원과 광주로 고속도로가 갈라지는 구간...급격한 경사의 오르막입니다.
아...망했다...슬슬 짜증도 나고 포기하고 걍 쌔리 밟아버려??
야 그래도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들여온 공이 아깝잖아 조금만 더 버텨...
마음속으로 108번뇌를 거듭하며 고민하는 동안
고갯길은 점차 다가옵니다.

인생에 있어 오르막만 있을 수 있겠느냐?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지..
지금의 오르막은 내일의 내리막이다..조금만 참자..참고 버티면 분명 밝은 날이 올거야..
참아라!

굳건한 결의를 다시한 번 다짐하며 오르막을 힘겹게 오릅니다.
다행이 이 구간은 편도 3차선으로 도로가 넓어 민폐를 덜 끼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좀만 좀만..6. 32리터 까지 내려갔던 수치는 급격하게 수직 상승하여 6. 45리터 까지 올라갑니다.
지난 15분간 투자해서 0.1리터를 낮췄든데 단 30초만에 0.1리터가 상승하니 억울하고 분하고
가슴속 깊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맹세한 결의가 그 분노를 연비에 대한 승리의 집념으로 바꿉니다.
으샤으샤~~ 아자자자!!!!!!!!

고지에 오르는 순간 해냈다는 기쁨보다
아까와 같은 방심을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듭니다.

아직 끝난게 아니야...승부는 지금부터다..
마음을 가라앉힌 후 내리막길을 달려갑니다.
이 때 바로 악셀에서 발을 떼면 안됩니다. 기름을 더 먹더라도 탄력을 더 붙인 후
바로 기어 중립 악셀 오프 신공을 발휘합니다.
마음같아서는 시동이라도 끄고 싶었지만 차마 ...그건...ㅎㅎㅎ

오!! @.@ 역시 인생은 공평한거야...순식간에 치솟은 기름수치는
기어 중립 신공에 급격히 떨어집니다. 6. 33리터...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는데...이런... 동고령 IC 이정표가 보입니다.

아... 마의 6.3리터 벽을 못깨고 여기서 허물어지는구나...
패배의 슬픔이 마구 몰려 옵니다...
아..내가 오디오만 껐었더라면...안개등만 껐었더라면
전기를 덜 먹어서 플러그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해 주어 더 좋은 연비가 나오지 않았을까?
아...내가 뒤에 있는 세차용구와 아가들 동화책만 싣지 않았다면...

하는 구차한 변명들이 마구 머리 속을 헤짚어 놓습니다만
우헤헤헤 끝났다...
일단 인증샷 찍어놓고 이젠 쌔리 조져~~~
국도로 올려서 부터는 걍 3천 4천rpm 2단 넣고 80~ 좋아 닐리리~~^^

집에 오니까 애들이 통닭시켜놓고 기다리고 있네요...ㅎㅎㅎ

보배드림 생활 7년 눈팅만 하다 처음 글 써봅니다.
재미는 없지만 애교로 봐주시고요 지적질은 둥글게 둥글게 부탁드려요~~
횐님들 다즐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래요 안전운행하십시오!!!

p.s 오늘 본의 아니게 경부선 및 88고속도로에서 암 유발 행위를 한 점
머리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차후에는 유속에 맞추어 운행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종 결론은 기름 아껴서 부자 되자!!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