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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태국에서 라세티 수리 DIY 이야기

eledrill 2016.12.03 15:52 조회 수 : 1146

저는 태국에서 살면서 수출명 옵트라(라세티)를 운전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얼마전 후진하는 태국사람에게 범퍼파손을 당해 수리하며 본넷도 칠하고 나름 약간은 좋아졌습니다.^^ 

그래봐야 10년이나 지난 중고차 입니다만..

하여간 요즘 운전을 잘 하고 있었는데...

 

이틀전 아침 방콕의 식약청을 방문하러 가는중 갑자기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앞 유리창에 김이 오르며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수증기가 차를 덮더군요. 무슨 일 일까? 엄청 놀란 가슴을 안고 차를 세웠습니다.

퍼억 소리와 수증기인지 뿜어져 나오는걸 보고 처음엔 에어콘이 터졌나보다.. 에어콘 가스가 순간 다 증발하나 보다 

생각도 했었지요.

 

시동을 끄고 내려 본넷으로 가보니 전면 그릴 사이로 노란 녹물이 품어져 나온게 보입니다.

'아~ 라지에타 쪽이 터졌나 보다...'

 

끓는 물 소리가 약간 줄어들고 수증기가 날아간 뒤 본넷을 열었습니다. 위험하지 않게요..

허걱~ 엔진에서 라지에타로 들어오는 큰 호스 파이프가 처참하게 터지고 찢겨져 나동그라져 있습니다.

8시반 아침 시간에 큰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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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분쯤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일분여쯤 뒤에 서너명이 제게로 제차로 옵니다. 카센터에서 일한다는 젊은 태국남자, 그리고 그 길 가게에서

커피와 음료를 파는 아주머니 한분.. 그리고 정차된 길 앞 주택의 경비원..

 

그중에 제일 큰 소리로 제차에 얼른 올라타더니 밀어밀어~ 소리치는 사람은 커피장사 아주머니 였습니다. -_-;

저와 남자가 차를 밀고 아주머니가 핸들을 돌려 자신의 가게 앞 주차금지 팻말을 치운 자리에 파킹을 시켜줍니다.

남자가.. '내가 카센터 일하는데.. 라지에타 호스가 터졌으니 가까운 카클리닉을 불러 견인해 호스와 써머스타트

물온도 조절장치까지 다 교환해야 한다'.. 하네요. 물론 주변에 카센터 문 연곳 아직 없지요..

 

일단 그 남자는 자기 직장으로 갔고 전 아주머니께 사정해서 임시로 고칠때까지만 있겠다고.. 흔쾌히 수락해 주시며

지나가는 랍짱(오토바이 택시)을 불러 세웁니다. 저보고 뒤에 타라고.. 차부품점에 가서 사다가 고치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옆집을 가리키며 자동차 타이어점이니 연장 툴 다 빌려주겠노라고...

 

아줌마 왕 친절.. 입니다요.^^;

 

 

오타바이 택시 뒤에 타고 정말 200미터쯤 갔으려나.. 차량부품점이 있네요. 다행히 문을 열었습니다.

쉐보레 옵트라.. 라지에타 호스.. 고장난 걸 보여주며 달랬더니.. 몇분뒤 창고에서 들고 나옵니다.

쉐보레 부품은 구하기 아주 힘들어 전문점에 가야하고 대신에 앞부분이 비슷하게 생긴 마츠다 호스를 주면서

이거 잘라 쓰면 된다라고 하네요. 휴.. 다행입니다. 대치품이라도 있어서요.. 

 

오타바이 랍짱보고 그냥 가라고 돈주려 했더니 안가네요. 절 태우고 간답니다. 걸어서 조오기 앞인데.... 흠..

할수없이 다시 타고 그 몇백미터를 돌아 왔습니다. 

그랬더니 저보고 80바트(2,700원)를 달랍니다. -_-;  태국에서 동네 랍짱 20바트(7백원)인데요. 몇백미터 한바퀴 돌고와서 4배를

부릅니다. 역시 나이먹은 능구렁이 랍짱아저씨.. 할수 없지요. 급한데 2~3천원에 따지기도 싫고. 

 

 

돌아와 친절의 끝장을 보여주시는 아주머니의 서비스를 받으며 차를 고쳤습니다. 아주 자알~ 고쳤습니다.

아주머니가 운전도 잘 하지만 차에 대해서도 잘 아시네요. 큰 물통에 냉각수 물을 가득 채워놓으시고 마실 생수물까지..

그리고 절 데리고 타이어 가게에 들어가 필요한 연장을 다 챙겨가게 해주시네요.

 

라지에타 기존 호스를 분리하기 위해 전면 지지대 판넬을 10미리 렌치로 능숙하게? 풀어내고 찢어진 호스의 클램프를 

플라이어로 물어 제거합니다. 그리고 새 호스를 길이에 맞게 쇠톱으로 썰어 절단하여 얼른 끼우고 마칩니다.

깔데기까지 준비해 주신 아주머니의 덕분으로 얼른 냉각수 가득 보충하고 일단 급한일 때문에 나중에 인사하러 다시

오겠다하며 웃으시는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일보러 갑니다. 다행히 차에 문제가 없네요.

 

어마어마 친절하신 태국 아주머니.. 고장난 차량을 두고 안절부절 못하는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랍짱아저씨..

..

 

 

 

일을 보고 오후에 약 20여분간 주행을 하는중.. 또 차에 문제가 생깁니다.

온도계가 평상시 40%정도 위치이던 것이 갑자기 반으로.. 그러더니 60, 70%까지 올라갑니다.

헉.. 놀라며 길가에 얼른 주차를 하는 순간 온도계가 HIgh로 솓구치네요..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리니... 역시 수증기가

본넷틈으로 스믈스믈 피어 오릅니다.. 아이구~~

 

조심스럽게 본넷을 열어보니 냉각수통 마개 뚜껑에서 오바이트를 뿜어냅니다.

아침엔 물이 끓어 넘쳐 호스가 터져버렸는데 새걸로 바꿨더니 이젠 정석대로? 뚜껑에서 토해 내네요..

 

이유는? 냉각수가 너무 뜨거워서.. 이걸 식히지 못하는 고장인것이죠. 써머스타트가 고온시 밸브를 열어 냉각수를 순환

시키는 것인데 이게 막혔다면 후단의 호스가 터지지는 않았을 것이고 물이 순환이 되는데도 끓어 넘치는건? 물을 식혀주는

팬이 고장났을 것이다. 직감이 오네요.

 

 

수개월전 냉각팬 소리도 이상하고 에어콘 팬소리도 좀 수상해 문의하러 카 클리닉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약 1만밧을 부르더군요. 팬 두개 바꾸는데 상당히 비싸게 불러 그냥 나온 적이 있었는데..

암튼 팬을 의심하며 배선을 임시로 밧데리에 연결해 봤습니다. 역시나 팬이 안도네요. 날개 모터를 튕겨주니 슬쩍 돌아

가긴 하는데 힘이 아주 약합니다.  넌 또 왜 그래?? 에어콘 팬도 똑 같이 바부탱이 되버렸습니다. 너마저~~ 

 

한시간 넘게 차를 충분히 식혀주고 주변 건물에 사정하여 수돗물을 받아다 채웠습니다. 

그리고 살살~ 아주 살살~ 1500RPM 넘지 않고 냉각팬도 강제로 점퍼시켜 돌다말다~~ 아무튼 그렇게 집으로 살살

끌고 왔습니다. 카 클리닉을 가야할텐데 부품도 흔하지 않는 쉐보레 옵트라.. 구 한국 대우 인천공장에서 만든 라세티 

입니다. 라세티가 외국으로 수출되는 모델명이 옵트라이죠. 부품들을 잘 보면 한국어도 씌여 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한번 뜯어보자...

 

 

전면 지지대를 풀고 가만히 살펴봅니다.

팬 모서리 볼트를 풀고 흔들어보니 어럽쇼~ 그냥 쉽게 들썩 거리네요. 차 바닥으로 들어가 아래를 보니 냉각팬 플라스틱

하우징이 차체 고정걸이에 끼워져 있는 정도네요. 배선을 돌리고 냉각수 라인과 에어콘 라인을 잘 제끼면서 들어내니

어렵지 않게 팬 전체가 떨어져 나옵니다. 좌측의 에어콘 팬도 똑 같은 구조.. 볼트 위아래 풀고 아래쪽 확인하며 꺼내니

팬 두개가 덜렁 나왔습니다. 쉽네요~~ 

 

전면 사고가 있던 차량이고.. 라지에타도 팬도 모두 쉐보레 옵트라 정품, 제 짝이 아닌 부품들 이네요. -_-;

도요타 팬으로 하우징을 톱으로 오려내어 맞게만 끼운 것입니다. 태국에서 쉐보레 자동차 부품은 정말 구하기도 어렵고

수리하기가 어렵다는걸 다시 느낍니다.



모터를 분리하고 내부 코일과 코아까지 말끔히 청소해봤으나 상태가 메롱이네요.

한 놈은 아예 날개가 분리도 안될만큼 삭고 녹슬어 뭉게져 버렸습니다. 딱봐도 상태가 심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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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타고 중고부품 공장으로 갑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한국의 폐차장하고는 다르게 사고차량이나 폐차들을

가져다 반으로 정말 반으로 쑥딱 잘라내어 팝니다. 제가 옵트라 부품도 있나요? 물었더니 반 통째로 다 사야한답니다.

무슨 생선도 아니고 자동차를 반으로 파는지.. 거짓말 같지요? 진짭니다. ^^

 

아무튼 팬 두개 700밧 주고 구입했습니다. 하우징이 플라스틱이라 가급적 비슷한 사이즈로.. 잘라 끼우거나 안되면 모터만

바꿀 생각이었죠. 그렇게 두개를 들고 얼른 돌아와 뚝딱뚝딱.. 톱질, 연장질, 볼트구멍이 멀면 보조 이음쇠를 써서 고정

시키고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팬 배선을 보니 이것도 고장난 걸 제대로 안고치고 별도 릴레이를 써서 신호선을 연결해 

개조하다시피 고쳐놨네요. 선정리도 다시하고 접지도 다시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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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더운 나라라 부동액이 필요없습니다. 부동액은 아시다시피 독성물질이지요. 주행 후엔 엔진이 뜨겁습니다.

장갑끼우고 냉각수 탱크 반환 호스를 풀어내고 엔진 온도를 올려 순환을 시켜주면 기존 냉각수들이 죄다 나오게 되지요.

물론 냉각수통에 지체없이 새 물을 공급해 주어야 합니다. 한쪽 녹물을 빼고 한쪽으로 새 물 넣어주고... 한참을 합니다. 

 

오버히트 터져 넘친 냉각수였는데 써머스타트도 고장이 안났군요. 뜨거울때만 열리고 차가우면 물이 돌지 않습니다.

잘 됩니다.~ 마무리 다 끝내고 시험주행후 로터스에서 사온 쿨란트 한통 부어줍니다.

부동액은 아니지만 물을 좀 덜 끓게 해주고 녹방지 기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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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들어봤지만 살면서 직접 라지에타 호스가 터져버린 경험은 처음 입니다. 어떻게하면 저렇게 산산히 터져버리는지..

엔진룸 본넷 열고 들여다 볼때 저렇게 터진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 마쓰다 부품으로 170밧 한국돈 6~7천원 

줬습니다만 쉐보레 부품은 5배이상 정도 비싸며 멀리 찾아가서 신청하고 재고 없으면 일이주 기다려야 합니다. 

 

 

휴~~

종일 차량과 씨름을 하고 저녁늦게 밤까지 작업을 마쳤습니다.

 

다행히 일반 길에서 차가 퍼져 즉시 정차했기에 엔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쉐보레 차량이 엔진 온도가 높고.. 특히 태국에서는 가스 개조가 일반적이고 이 차도 LPG 겸용이라 엔진 온도가

아주 높습니다. 역시 태국에서는 도요타나 일본차량을 타는 이유가 한국과 같습니다. 부품조달과 정비가 쉬우니까요.

 

거래처 사람들에게도 좀 창피하다고.. 이참에 캠리나 어코드 정도가 어떠냐고 와이프가 제안을 하는데..

'차는... 그냥 이동수단이야. 잘 굴러만 가면 되는건데 멀..' 하면서 위안과 거절을 오늘도 해봅니다. ^^

차라리 돈 모아서 그냥 벤츠나 비엠으로 가자고?...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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