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한 벌이 630억?' 美 판사가 한인세탁소에 손배 요구







미국내 언론, 자국 판사 향한 맹비난

미국의 현직 판사가 한인의 세탁소에서 바지 한 벌을 잃어버렸다며 6,500만 달러(우리 돈 630억원)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내 미국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워싱턴 D.C의 행정법원 판사인 로이 피어슨은 지난 2005년 워싱턴 근교에 있는 한국 교민 정 모씨의 세탁소에 바지 한 벌의 기장을 늘려달라고 맡겼다.

피어슨 판사는 일주일 뒤 영수증 번호와 일치한 바지를 돌려받았지만 자신의 바지가 아니라며 세탁소를 고소했다.

세탁소 주인인 정모씨는 즉각 3,000달러(우리 돈 290만 )을 배상하겠다고 했으나 피어슨 판사는 거절했고, 정씨는 다시 바지 변상액으로 1만 2,000달러(1천 백만원)을 주겠다고 했으나 피어슨 판사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송 전문가인 피어슨 판사는 급기야는 정씨를 사기와 과실, 부당이득 취득 혐의로 고소하며 무려 6,5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피어슨 판사는 정씨의 세탁소 간판에 쓰인 '고객의 만족을 보장한다'는 문구가 사기이며 지난 2002년 잃어버렸던 바지의 피해액 1,500달러에 정씨의 12가지 위반 혐의와 피해자 3명의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곱한 액수가 무려 6,500만 달러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소송비에 주말마다 이용한 차 렌트비까지 포함했다.

기상천외한 소송전문가인 미국 판사의 발상이다.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D.C 상급법원의 닐 크레비츠 판사는 "원고의 의도가 나쁘다"며 우려한다고 말했다.

결심 공판은 6월에 열릴 예정이지만 피어슨 판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

미국 불법행위개혁협회의 셔먼 조이스 회장은 "피어슨 판사를 행정법원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시켜야 한다"고 말했으며, 멜빌 엘스도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피어슨 판사의 재임용은 물론이고 변호사협회에서 제명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ABC 방송은 2일 아침(현지시각) '굿모닝 아메리카' 뉴스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사건의 실체와 세탁업주 정모씨의 억울한 사연을 소개했다.

정씨는 이 방송에서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 이민와 세탁업을 하면서 옷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가끔 있었지만 이런 소송을 제기한 경우는 처음이었다"면서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지쳤다"고 말했다.

정씨는 소송에 따른 변호사 비용으로 이미 1만 달러 이상을 썼으며 "미국에서 더이상 살고 싶지 않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울먹였다.

ABC 방송은 "정씨는 아주 성실한 한인 이민자로 세탁업 운영 과정에서 분실했을 경우 고객의 만족을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인 다이어 쇼어(여)는 "바지 하나 가격이 6,500만 달러라면 시청자들께서는 믿어지느냐?"고 피어슨 판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미국이 소송 공화국이라고 하지만 바지 한벌 배상액이 한화 630억원이라는 데 대해 한인 동포 사회도 분노하고 있다.

<노컷뉴스 제공>